하루 정도는 오슬로를 다녀 올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하는 일도 잘 안풀리고 일정도 빡빡해서 접어야 겠다 ...라고 맘 먹고 있었는데 목요일 저녁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주말에 스키 타러 가려는데 같이 가겠냐고 물으셨다. 음...그럼 이곳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일도 별로 없는데..사실 사무실 추억 외에는...ㅡㅡ;; 이 기회에 추억 거리나 하나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따라 나서기로 했다.
금요일 티 타임 후에 가방에 이리저리 옷 가지를 챙겨 넣고는 로비에서 아주머니를 기다렸다. 스웨덴 분이랑 결혼 하셔서 오신지 이십년 가까이 되셨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 교수네 아들 녀석 선생님인데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해서 소개를 시켜 주었다. 연말에 같이 지냈으면 했는데 한국 다녀 오시느라 못했던게 내내 맘에 걸리셨는지 연락을 하셨다. 일단 차를 타고 근처 지내시는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시골 집으로 향했다.
아저씨는 선박 관련 일을 하셔서 한국에도 자주 오셨는데 그러다 만나셨다고 한다. 지금은 은퇴하시고 시골 생활을 하신다고 한다. 아이들이 엄마를 조금 닮기는 해도 한국말을 하지는 못했다. 큰 딸만 어렸을때 한국에 살아서 인지 들어서 이해는 하는데 말은 하지는 못했다. 해가 일찍 지니 서둘러서 출발했는데도 깜깜한 저녁? 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이미 부엌에는 아저씨가 저녁 준비를 다 해 놓고 기다리시고 계셨다. 우리가 들어서자 넉넉한 웃음으로 반겨 주셨다. 마치 산타 할아버지 처럼 생겼다...ㅡㅡ;;
저녁으로 무스랑 양고기를 먹었다 .무스는 이곳에 사는 사슴 종류인데 맛이 텁텁한게 특징이다. 이 얘기 저얘기하면서 와인을 몇잔 마시고는 포켓볼을 쳤다. 지내면 지낼수록 놀라운 곳인데...집안에 정말 많은 것들이 있었다. 집 두채를 연결하여 하나로 쓰는데 새로 지은 집은 아저씨가 집접 지었다고 당시 사진을 보여 주었다. 정말 놀라웠다..사람이 어떻게 혼자서 집을 짓는다냐? ㅡㅡ;; 집 안에는 개인용 바와 옆에 포켓 당구대가 있었다. 우리는 편을 나눠서 포켓볼을 몇 게임 치고는 저녁 늦게야 잠이 들었다.
얇은 속옷만 주로 입고 자는 생활에 익숙한 나로서는 두꺼운 내의를 입고 자는 것이 그다지 편안하지는 않다. 이곳에서 난방은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도시는 가스나 기름으로 난방하기도 하겠지만 기름 값이 비싼 반면 전기료는 싸다고 한다. 그래도 한계가 있으니 나무로 난방을 했다. 주변에 나무는 엄청 많으니까.. 집 주변에 숲이 아저씨네 것이라 했다. 아주머니는 첨에 아저씨가 호수가 숲이 자기 땅이라고 해서 엄청 부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한국과 달리 숲의 나무를 벌목하는데 제재가 없다고 한다..음... 약간의 의외인것이 자연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와는 달리 수렵이나 낚시 같은 것들도 제한이 없다고 하니 특이한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개개인의 자유에 맡겨도 한국 같이 남획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니 규제하지 않는 것인 지도 모른다. 아저씨가 잡은 곰이랑 여우 같은 것들이 벽에 박제로 있는 것도 특이하고 자랑 삼아 보여주는 뼈 모음은 약간 거부감이 느껴졌다..흠...
우리는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 노르웨이와 국경에 있는 스키장에 갔다. 주변 군데군데 스키장은 많은데 가장 가까우면서 규모가 되는 곳을 찾다보니 한시간 거리에 그곳에 갔다. 전날 아저씨가 지도로 지역을 보여주었는데 이름들이 어려워서 ....ㅠㅠ 생각외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나는 이곳에는 사람들이 영 없는 줄만 알았는데...아주머니 말로는 평소 보다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 크지 않은 스키장이라고 하는데 한국에 있는 규모 정도 된다.
해가 일찍 지니까 반나절 정도 타고 와도 밤인지라...반나절만 사서 탔다. 물론 난 장비도 대여 했지만 그들은 다 가지고 있었다. 스키는 220 크로나 리프트는 200크로나..다해서 420이니까..우리 돈으로 7만2천...흠..당시는 싸다고 생각했는데 환전해보니 그다지...ㅡㅡ;; 여튼 여기 돈으로 치면 싼편이다..
스키장은 뭐 거기서 거기겠지만 약간 특이한건 규모가 작아서 리프트가 웃기게 생겼다는 것이다. 마치 뚫어 뻥 모양의 손잡이를 다리 사이에 끼고 산으로 질질 끌려 가는 모양이다.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가는거에 비하면 좀 힘들다..사람들이 자주 넘어지기도 한다...ㅋㅋ 또 한가지는 군데 군데 화롯불이 있다..사람들이 거기에서 몸을 녹이거나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서 소세지를 구워먹는다. 우리도 싸온 소세지를 구워서 샌드위치에 커피를 먹었다.
근래 몇해동안 안타던 스키를 타다 보니 집에 오니 녹초가 되었다. 아주머니는 특별히 한식을 준비해 주셨다. 오랜만에 밥이랑 맛있는 불고기에 상추 쌈...최근에 한국서 공수한 김치..특이한 것은 애들이 한국 음식들을 잘 먹는 다는 것이다. 예로 말린 오징어 구이, 된장국 같은것들은 외국 사람들이 질색하는 것들인데 애들은 잘 먹었다. 아저씨는 안먹었지만서도...ㅡㅡ;;
다음날은 집 앞 호수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했다. 아저씨가 고무 바퀴 달린 차로 호수위에 트랙을 만들어 주셔서 오전내내 그 길을 따라 달렸다. 모처럼 해가 나와서 땀에 젖기는 했는데 운동은 꽤나 되었다. 저녁 무렵에 귀가하기 전까지 탁구치고 당구치고 다트하고 엑스박스로 게임하고...놀이가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 왔다. 집앞 호수에서 겨울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는데...여름에는 바로 옆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도 칠수 있다고 하니 정말 부러웠다. 아주머니께서 집 바로 옆에 시어머니 집을 펜션으로 바꾸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다음에 가족들이랑 오면 공짜로 해주겠다고 약속 하셨느데..ㅎㅎ
스웨덴 와서 가장 즐거웠던 3일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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